北, 핵보유 정당화… 中·러 반응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고 한층 공세적인

핵 위협에 나섰지만 국제사회의 단합된 북핵 대응은 더욱 까다로워지는 분위기다.

오히려 북한은 강화되는 신냉전 구도를 핵 보유 정당화 논리로 삼는 모습이어서 7차 핵실험 등 대형 도발이 일어날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개최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만약 우리의 핵 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며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과 전략적 지위로 보나, 우리 혁명 앞에 조성된 현 정세로 보나

제국주의 침략 무력에 비한 우리 국가의 확고한 군사적 우세는 필수불가결의 요구"라며 "조선반도를 둘러싼 세력 구도가 명백" 해졌다고도 언급했다.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는 표현은 우선 좁게 보면 한국과 미국이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을 먼저 폐기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에까지 나선다면 중·러의 외교적 부담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오는 10월 16일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둔 중국은 북한 핵실험을 자제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정부는 중국, 러시아와 소통을 계속 이어가며 북한의 도발 중단과 대화 복귀를 위한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권력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오는 15∼17일 방한하는 계기에도

북핵 문제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춘 경제·안보 보상 조치가 담긴 '담대한 구상'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도

일방적 압박이 아닌 협상에 준비돼 있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과 러시아도 한반도 비핵화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고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에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핵보유국 지위가 불가역적'이 됐다고 강조하면서도 핵정책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을 언급한 것은 나름대로 태도 변화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이 현재로서는 "(비핵화를 위한)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며 협상

자체를 거부한 상황이라 당분간은 정부로서도 억제력 강화와 핵 개발 단념을 위한 대북 압박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이후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 핵 개발은 단념시키며, 대화와

외교를 통해 비핵화를 추진해 나간다는 총체적인 접근을 흔들림 없이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북한은 추석 연휴 기간이나 명절 전후인 9월에 꾸준히 무력시위를 감행해왔다. 특히 9월은 유엔 총회가 열려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이 잦았다.

특히 북한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6년 10월 9일 (10월 6일 추석) 1차 핵실험을 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9월 9일(9월 15일 추석)에는 5차 핵실험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9월 3일(10월

4일 추석)에는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바 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