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는 자국 반도체 분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와 곧 실무자 협의를 시작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17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양국 실무자 협의 창구는 일본 경제산업성과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가 맡는다.
투자 대상으로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사용되는 소재, 소재 중에서도 제조장치를 가진 기업 등을 상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 틀 등은 앞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 영국과 공동개발·연구를 진행하고 유럽연합(EU)와는 정보공유 등 틀을 마련해뒀다. 반도체 관련 물자 부족에 따른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가 미국, 유럽 외에 중동 지역에도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거액의 개발비 조달 과제가 있다.
지난해 여름 일본 정부가 주도해 설립한 회사 '라피더스'는 아직 기술이 확립되지 않은 2나노미터 세대 첨단 반도체를 2027년부터 양산할 계획을 내걸었다. 기술 확립까지 2조엔(약 18조3200억 원), 양산 라인 준비에 3조엔(약 27조48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지난 7월 중동 순방 때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회담하고 반도체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는 신문에 "중동 여러 나라의 윤택한 오일머니로 (일본) 국내 기업을 지원해준다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길이 더욱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UAE의 투자를 기대했다.
일본이 중동을 중시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데에는 동중국해·남중국해 패권주의적인 움직임을 강화하려는 중국이 최근 중동 지역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인했다. 반도체 분야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큰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경제 안보 부분에서 중국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UAE의 투자처를 중국에서 일본으로 돌리고 싶은 생각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