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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게임에 오일머니 ‘펑펑’… ‘소프트파워’ 키우는 사우디


세계적인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는 지난해 5월 인스타그램에 ‘#비지트사우디(VisitSaudi)’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홍해 위 요트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사진을 올렸다. 개인의 감동적 순간을 기록한 순수한 행위처럼 보였지만 이면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맺은 계약이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메시가 사우디 관광청과 3년간 최대 약 2500만 달러(약 320억원) 규모의 홍보 계약을 맺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메시는 매년 1차례 이상 가족 여행을 하고 SNS에 홍보물을 게시하는 등의 조건으로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

사우디가 막대한 오일 머니를 이용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게임 관광 등 광범위로 소프트파워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차원이지만 인권과 민주주의 탄압으로 얻은 부정적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19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는 게임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PIF의 게임 자회사 사비 게임스 그룹은 지난해 1월 출범한 뒤 일본의 닌텐도, 미국의 일렉트로닉아츠(EA), 중국의 e스포츠 기업 VSPO, 스웨덴의 게임 퍼블리싱 회사 엠브레이서 그룹 등의 지분을 매수해왔다. 지난 4월에는 미국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 ‘스코플리’를 49억 달러에 인수했다. 국내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와 넥슨에도 투자했으며, 특히 엔씨소프트의 경우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사우디관광개발기금(TDF)은 자국을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 사우디의 호텔·리조트 브랜드인 ‘하비타스’를 확장하는 데 15억 리얄(약 5조1100억원) 규모의 기금을 투자했다. 사우디는 최근 두 번째 국적 항공사 ‘리야드 에어’도 설립했다. 현재 건설 중인 킹 살만 국제공항을 통해 2030년까지 연간 1억2000만명의 승객을 100개의 목적지로 수송하는 것이 목표다.

사우디의 영향력은 골프, 축구 등 스포츠에 가장 크게 미치고 있다. PIF는 사우디 국내 리그인 ‘사우디 프리미어리그(SPL)’를 유럽 10대 리그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목표하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등 유명 선수들을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는 지난 7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전격 통합을 발표했다.

소프트파워 전략은 미래 석유자원 고갈에 대비해 경제를 다각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지만 ‘스포츠 워싱(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으로 이미지를 개선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단체 ‘아랍세계의 지금을 위한 민주주의’ 사라 레아 휘트슨 이사는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이후 일부 미국 기업이 사우디 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자 그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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