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500채 팔고 잠적…전세 사기 의심 1만3961건 적발


# 다세대주택(빌라) 건축업자 A씨는 그동안 수도권 일대에 빌라를 지어 500여건의 전세 계약을 맺었다.

대부분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은 이른바 ‘깡통전세’ 계약이었지만 신축 빌라 시세를 제대로 모르는

세입자들은 별의심 없이 전세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A씨는 이런 식으로 전세 보증금 1000억원가량을

받아 챙겼다. 이후 A씨는 빌라 500여 채를 B씨에게 모두 처분하고 돌연 잠적해버렸다. A씨와 한패였던

B씨는 임차인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 ‘바지 투자자’였다. A씨는 이 과정을 도운

공인중개사에게 전세금의 약 10%를 수수료로 지불하기도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이미

피해자 100여 가구에 보증금 300억원가량을 대신 갚아준 상태다. 경찰은 A씨를 전세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런 식으로 전세 사기가 의심된다며 국토부가 적발해 경찰청에 통보한 사례는 1만3961건에

달한다. 국토부가 전세 사기 단속을 위해 지난 7월 말부터 최근까지 HUG,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전국 전세 사기 의심 사례를 수집·분석한 결과다.

국토부가 경찰청에 넘긴 사례 중에는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보유한 집주인 B씨는 담보대출을 제때 갚지

않아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긴 경우도 있었다. B씨는 공인중개사와 공모해

연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세입자 30여명과 전월세 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임대사업자 C씨는 이전에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이력 때문에 악성채무자로 분류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이하 전세보증보험)에 가입이 금지됐다. 이 때문에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C씨는 지인 D씨와 공모해 집 명의를 모두 D씨 앞으로 돌렸다. C씨는 D씨 명의로 200여명과 전월세 계약을 체결한 후 결국 보증금 550억원을 돌려주지 않아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주택 여러 채를 보유했으면서도 전세보증보험 의무를 위반해 과태료를 낸 임대사업자도 여럿 있었다. 이 중 임대사업자 E법인은 주택 200여 채를 임대하면서도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과태료 약

3000만원이 부과됐다. 깡통전세 등 실거래 분석을 통해 전세 사기로 의심되거나 경찰이 이미 수사 중이던 사건 1만230건도 정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전세계약을 맺은 뒤 대량으로 매매거래가 이뤄졌거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100%를 웃도는 거래 등이다. 이런 깡통전세 관련 사건에 연루된 임대인은

모두 825명으로, 보증금 규모는 1조581억원에 달한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