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생포하라’···중동·북아프리카에서 격화되는 ‘구름 파종’ 경쟁


“이스라엘이 이란 구름에서 물을 훔쳐 가고 있다.”

지난 2018년, 극심한 물 부족에 직면한 이란에서는 이웃 국가들이 이란의 수자원을 훔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구름이 자국 상공으로 넘어오기 전에 빗방울을 짜내서 이란 몫의 강우량을 빼돌린다는 얘기였다.

골람레자 잘랄리 이란 민방위대 사령관은 “이스라엘과 한 이웃 국가는 이란으로 들어오는 구름을

‘불모지’로 만들고 있다”면서 이들이 이란에 가뭄을 일으키기 위해 구름을 훔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이 점점 건조해지면서 이 지역 국가들의 ‘구름

파종(cloud seeding)’ 경쟁에 불이 붙었다고 보도했다. 구름 파종이란 특정 화학 물질을 구름에 뿌려

인위적으로 비구름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말한다.

해당 지역 19개국 중 12개국은 지난 30년간 강수량이 약 20% 감소해 현재 연평균 강우량이 10인치(약

254mm)도 안 될 정도다. 이에 각국 정부는 강우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구름을 유도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모로코, 에티오피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은 이미 구름 파종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4월 수도 리야드에서 구름 파종 프로그램 제1단계에 돌입했다. 이 외

중동·북아프리카 6개국도 구름 파종 프로그램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름 파종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나라는 UAE다. 인구 증가로 물 수요도 급증하자 UAE는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등과 손잡고 구름 파종 프로그램을 개발해 1990년에

일찍이 시행에 나섰다.

20년이 넘도록 연구와 실험을 계속해온 끝에 지금은 거의 군사적인 프로토콜로 구름 파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조종사 9명은 기상학자들이 적합해 보이는 구름을 발견하는 즉시 날아올라 비를 내리게 할

구름씨를 뿌릴 수 있도록 돌아가며 대기한다. 또 UAE는 통상적으로 구름씨로 사용되는 요오드화 은 말고도 칼리파대학에서 개발한 특허 물질을 사용해 인공 강우를 유도하고 있다. 최근엔 드론을 띄워 구름에 전하를 방출하는 방법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계에선 구름 파종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구름 파종으로 강우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정확하기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럿거스대 환경과학과 앨런 로보크 교수는

“구름씨를 뿌려서 비가 내린 것인지 아니면 원래 비를 내릴 구름이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립대기연구 센터의 선임 과학자 로이 라스무센도 “여름에 UAE와 인근 지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구름인 적란운은 파종의 영향을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기류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중동에서 구름 파종을 선도했던 국가 중 하나였던 이스라엘은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지난해 50년 만에 구름 파종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또 구름 파종으로 인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더운 기후에서는 구름이 비를

내린다고 하더라도 빗방울이 땅에 닿기 전에 증발할 수 있다. 바람이 파종된 지역에서 구름을 이동 시켜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비나 눈이 생각보다 더 많이 내려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지난 2019년 두바이 주택가와 쇼핑몰에서 물을 퍼내야 할 정도로 퍼부었던 폭우는 구름 파종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구름 파종이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중동·북아프리카 국가들은 효율성을 따지기에 앞서 구름 파종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해당 지역 상공에 있는 구름에서 자국 몫의 강우량을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