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지역 앙숙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빠르게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 국교를 정상화한 지 한 달도 안 돼 정상회담 추진까지 논의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잠쉬디 이란 대통령실 정무 담당 부실장은 이날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두 나라 사이에 체결된 (국교 정상화) 합의를 환영하며 라이시 대통령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초청했다. 또한 강력한 경제·지역 협력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잠쉬디 부실장은 이어 “라이시 대통령도 추천을 환영하며 이란은 협력을 확대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정상회담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우디와 이란은 중동 내 대표적인 앙숙 국가로, 종교 문제 등을 이유로 그동안 갈등 관계를 지속해 왔다. 사우디는 수니파 종주국, 이란은 시아파 종주국을 자처하고 있다. 1979년 왕정을 무너뜨리고 이슬람 공화국을 세운 이란 시아파 원리주의 세력이 사우디 등 다른 나라 전제 왕정을 비판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이후 살얼음판을 걷던 두 나라의 관계는 2016년 사우디가 자국 시아파 성직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처형하면서 단교로 치달았다.
하지만 올해 두 나라 관계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지난 10일 중국의 중재로 외교관계를 복원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2016년 외교관계를 단절한 지 7년 만이다. 양국은 두 달 안에 상대국에 대사관을 다시 열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 관계 정상화가 제대로 된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내정개혁을 위해 대외안정이 필요한 사우디와, 미국의 제재로 경제난을 타개해야 하는 이란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정상회담 외에도 양국 정부는 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에게 조만간 이란에서 만나자고 제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무함마드 알자단 사우디 재무장관은 지난 15일 CNBC에 출연해 “양국이 합의된 원칙을 정말로 지킬 때 투자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對)이란 투자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