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출신 배우 양자경(양쯔충·미셸여, 61)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시아 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배우 중 처음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양자경은 내친김에 첫 수상자가 됐다.
양자경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개최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양자경은 ‘TAR 타르’ 케이트 블란쳇, ‘블론드’ 아나 데 아르마스, ‘투 레슬리’ 안드레아 라이즈 보로, ‘파벨만스’ 미셀 윌리엄스를 따돌리고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으며 아카데미 새 역사를 썼다.
양자경은 “감사하다. 오늘 밤 저와 같은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이것이 희망의 불꽃이 되길 바란다. 가능성이 되길 바란다. 큰 꿈을 꾸고 꿈은 현실이 된다는 걸 보여주길 바란다”면서 “여성 여러분, 여러분은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시길 바란다. 전세계 어머니들에게 바친다. 왜냐하면 그분들이 바로 영웅이기 때문이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국 영화팬들에게 양자경은 1980~90년대 홍콩 영화 ‘예스 마담’ 시리즈 등의 액션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1983년 미스 말레이시아로 선발됐고 1997년 ‘007 네버 다이’에 본드걸로 출연하며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SF 코미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미국 이민 1세인 에벌린(양자경 분)이 다중 우주를 넘나들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이 겪는 현실적 고충과 세대 갈등 등을 담아 호평받았다. 양자경의 액션과 연기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미국 4대 조합상과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오스카 수상이 점쳐졌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작품상과 감독상 등 10개 부문·11개 후보(여우조연상 부문 후보 2명)로 최다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날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을 받아 7관왕으로 최다 수상작이 돼 오스카상을 휩쓸었다. 베트남 보트피플 출신의 미국 배우 키 호이 콴(51)은 이 영화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영화 ‘더 웨일’에서 272㎏의 거구 찰리를 연기한 브렌던 프레이저가 수상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탈락한 국제영화상 부문은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 돌아갔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9개의 후보에 올라 촬영상, 미술상, 음악상, 국제영화상을 받아 4관왕에 등극했다.
‘아카데미상’은 일명 ‘오스카상’이라고도 하며,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올해는 미국의 인기 코미디언 지미 키멜이 사회를 맡았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