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미디어에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체포됐던 유명 법학 교수 아와드 알 카니(65)가 사형을 구형받았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검찰 당국 문서를 1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앞서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그의 사형 가능성이 언급됐지만, 구체적인 문서가 공개된 건 처음이다. 가디언 등 외신은 반(反)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세력에 대한 탄압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가디언이 공개한 문서는 알 카니의 아들 나세르와 주고 받은 것이다. 문서에 따르면, 검찰이 알 카니에게 적용한 주 혐의는 트위터 등에 정부에 반하는 의견을 기회가 닿는 대로 게재했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그가 무슬림 형제단과 관련된 동영상에 연루됐다고도 봤다. 무슬림 형제단은 1920년대 이집트에서 시작된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으로, 사우디는 이를 테러단체로 여기지만 카타르는 옹호한다.
알 카니의 혐의 중심엔 사우디와 카타르 간의 외교 관계가 있다. 사우디는 2017년 바레인·이집트·아랍에미리트 등과 함께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했다. 시아파 중심인 이란과 가깝게 지내고 테러단체를 지원한다는 이유를 댔다. 이란과 해상 가스전을 공유하는 카타르로선 4개국의 편으로 돌아서기 곤란한 상황이었다. 이 시기에 알 카니가 카타르와 무슬림 형제단을 옹호하는 의견을 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들 간의 단교는 지난 2021년이 돼서야 끝났다.
트위터 팔로워 200만명을 거느린 저명 성직자이자 연설가이기도 한 알 카니는 사우디 내 대표적인 개혁 지식인으로 꼽혔다. 2016년 히잡을 쓰지 않고 꽃무늬 치마 차림으로 사진을 찍은 뒤 트위터에 올려 체포됐던 여성에 대해 “범법자라기보단 잘못된 미디어 환경의 피해자”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이맘 무함마드 이븐 사우드대, 킹 칼리드대 등에서 법학을 가르쳤다. 존경받는 학자로 방송에도 자주 등장했다.
엔지니어였던 아들 나세르는 현재 영국에 머물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체포되던 날에 대해 “군인들이 장갑차를 타고 나타나 가족의 전자기기를 압수했다”며 “어머니와 형제를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총을 겨눴다”고 회상했다.
앞서 사우디에선 SNS를 사용했다가 중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AP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슬람 여성의 권리를 주장한 살마 알셰하브(35)는 징역 34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사우디 개혁과 투옥된 성직자의 석방을 요구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같은 달 또 다른 여성은 트위터를 사용해 공공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로 45년형을 선고받았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