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스 3세(74) 영국 국왕이 6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영국 국왕에 올랐다. 대관식을 통해 찰스 3세 국왕이 ‘이견이 없는’ 왕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임을 선포한 것이다. 영국 국왕 중 가장 고령으로 즉위한 찰스 3세는 영국의 40번째 왕이 됐다.
찰스 3세, 왕세자 책봉 65년만에 국왕에 올라
영국 BBC 등 외신 따르면 찰스 3세의 대관식은 이날 오전 런던 버킹엄궁에서 커밀라 왕비와 함께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대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하는 ‘왕의 행렬’로 시작됐다.
이번 대관식은 ‘섬기는 소명’을 주제로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했다.
승인(Recognition), 서약(Oath), 성유의식(Anointing), 왕관 수여식(Investiture), 즉위(Enthronement) 순서로 진행됐다.
찰스 3세는 서약식에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의 본보기로서 나는 섬김받지 않고 섬기겠다”고 말했다. 성유 의식이 끝난 후 대주교는 성 에드워드 왕관을 찰스 3세의 머리 위에 얹었다. 대관식이 끝난 후 즉위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예포가 발사됐다.
이번 대관식은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이후 70년 만에 치러진 것으로, 찰스 3세가 왕세자로 책봉된 이후 65년 만이다.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와 필립공의 장남으로 태어나 그의 나이 9세 때 일찌감치 왕세자에 올랐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이 역대 최장기간인 70년간 즉위하면서 최장수 왕세자로 지내게 됐다.
이날 행사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신 참석한 질 바이든 여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국가원수급 인사 100여명이 자리했다. 한국 정부 대표로는 한덕수 총리가 참석했다.
역대 최초 시도…행사에 최소 1700억원 들어
이번 대관식은 70년만에 치러지는 만큼 현대적인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70년 전에 비해 다원화된 영국 사회를 반영하고 여성의 역할도 강조했다.
대관식에 가장 먼저 입장하는 성직자 행렬에는 영국 국교회 외에 유대인, 이슬람교도, 힌두교도, 불교도, 시크교도 지도자들이 함께했고, 대관식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제가 참석했다. 찬송가는 영어 외에 웨일스어, 스코틀랜드어, 아일랜드어로도 불렸다.
이번 대관식은 안팎의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을 감안해 이전에 비해 규모를 축소됐다. 참석한 귀빈의 수는 2000여명으로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 때 8000여명이 초정된 것에 비해 크게 줄었다. 다만, 최소 1억파운드(약 1668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돼 ‘혈세 낭비’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비용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5600만파운드(약 934억원)로 이번 대관식에는 2배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갔다.
빗속에서 ‘황금마차’ 보러 기다려…군주제 반대 시위도
런던 시내 곳곳에서는 며칠 전부터 역사적인 순간을 보기 위해 접이식 의자와 텐트를 동원한 사람들로 붐볐다.
NYT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가랑비를 맞으며 대관식을 지켜보기 위해 거리에 줄지어 서 있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영국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고 전했다.
특히 대관식이 끝난 뒤 버킹엄궁으로 복귀하는 찰스 3세 부부가 260년 된 ‘황금마차’(Gold State Coach)를 타고 등장하자 군중들은 환호했다. 무게가 4톤에 달하는 황금마차는 찰스 3세의 할아버지인 조지 3세 국왕 재위 기간인 1762년 제작됐으며 1831년부터 대관식 때마다 사용됐다. 영국과 영연방 군인 4000여명이 황금마차 뒤를 따르는 장관이 연출됐다.
축제 분위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트래펄가 광장에서는 국왕 부부 행렬이 지나갈 때 군주제 반대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영국의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왕실을 제국주의와 봉건주의의 유산으로 보고, 그들이 세습적으로 부와 권력을 누리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