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과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20세기 들어 중동 지역에서 원유 시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이 지역의 여러 국가들은 원유 수출에 힘입어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탈탄소가 세계적 화두가 되면서 중동 국가와 기업들 역시 석유에 의존한 수익구조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최대 기업인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는 이 가운데서도 가장 적극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11일 탄소 배출 저감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ADNOC은 UNIST와 정유·석유화학 플랜트의 연속 공정 최적화를 위한 AI를 개발하고, AI와 인공위성 이미지를 활용한 환경 감시 시스템 등을 만들기로 했다.
아울러 ADNOC은 UNIST와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해 탄소중립 관련 연구 과제 발굴에 앞장서기로 했다.
아울러 오는 11월 30일부터 12월 초까지 진행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ADNOC과 UNIST는 '디지털 탄소중립'을 주제로 민관 합동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AI와 탄소중립의 만남을 주제로 한 행사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과 대학들의 참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ADNOC이 내다보는 에너지 시장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한국과 어떤 협력 관계를 그려나갈 예정인지 등을 무사베 알 카비 ACNOC 전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먼저 ADNOC이 UNIST와 협약을 맺은 이유를 물었다. 알 카비 전무는 "AI를 이용한 에너지 절약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UNIST와의 파트너십은 AI를 활용해 대규모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최적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UNIST와의 협업을 통해 AI 솔루션이 개발되면 이를 특허로 등록하고 다른 사업 파트너에게 이 기술을 라이선스 형태로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UNIST와 그 교수진, 그리고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업적을 존경하며 우리와 UNIST의 파트너십이 탄소중립화 분야에서 커다란 진전을 이뤄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알 카비 전무는 AI가 이미 ADNOC의 탄소 배출량 저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는 현시대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사회적 게임체인저 중 하나"라며 "그것은 조직이 더욱 효율적이고, 더욱 수익성이 높으며, 더욱 민첩하게 시장 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AI를 활용한 ADNOC의 파노라마 디지털 커맨드 센터는 가치 사슬 전반에 걸친 모니터링을 한다"며 "이 시스템을 활용해 지난 5년간 에너지 소비를 15% 줄였고, 앞으로 3년 내에 추가로 5%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유·가스 생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센서를 통해 수집하고, 이를 AI가 분석해 생산시설을 최적화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최소의 탄소 배출량으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에너지회사인 ADNOC이 탄소중립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느 정도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지도 물었다. 알 카비 전무는 "ADNOC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진보하기 위해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고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에 따라 우리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지금보다 25% 줄이고, 2050년까지는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15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투자 대상이 될 프로젝트로는 깨끗한 전력, 탄소 포집·저장(CCS), 운영의 추가적인 전기화, 에너지 효율성과 예전부터 지속되어온 영상 가스 소각 정책에 기반한 새로운 조치 등을 꼽았다.
그는 "우리는 에너지 전환 기술 혁신가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뽐낼 수 있는 글로벌 경진대회를 진행 중"이라며 "탄소 포집, 신재생에너지, 석유 및 가스 배출 감소, 탄소중립화를 위한 고급 소재, 자연 기반 솔루션 등의 아이디어를 심사해 우승자에게는 최대 1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원유 등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시대가 종말할 것이란 예측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자 "에너지 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신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알 카비 전무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는 97억명에 달할 것이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지금보다 30% 많은 에너지를 생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한꺼번에 끊어버리기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화석에너지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아니다. 그는 "화석에너지를 계속 이용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켜야 할 것"이라며 "ADNOC이 새로운 에너지 솔루션과 저탄소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중요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기후 변화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알 카비 전무는 "대한민국은 UAE의 대표적인 전략적 파트너 중 하나이며 한국 기업들은 아부다비의 에너지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파트너들"이라면서 "ADNOC은 2050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의 파트너들에게도 청정 에너지 솔루션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